멜랑꼴리 비염
살짝 바람이 불자 에취! 재채기가 나옵니다.
목소리 끝이 살짝 올라가며 전에 없던 간지러움이
나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요.
작은 핑크색 알약에 도움을 받아봅니다.
이 작은 알갱이에게 나의 하루를 의지한다니..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비염 알약
마법의 알약은 간지러움이 묻어난
목소리를 숨겨주고
주책없이 터지던 재채기도 멈추게 해 준답니다.
다 큰 어른이 콧물까지 흘리면 가관이죠?
그 콧물도 몇 시간은 잡아주니 이 또한 마법이지요.
비염이 있어도 나의 하루는
작은 알약의 도움을 받고 하루를 견뎌봅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가요.
아이들은 신나 하며 놀이기구를 타며 놀이하고
아이들을 따라 뛰며 동심으로 퐁당 빠져봅니다.
꾸지뽕 나무 열매가 주황빛을 내뿜으며
우리 아이들을 기다렸네요.
아이들은 열매를 하나씩 주워 탐색하고
어떤 아이는 멀리 던져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아기다람쥐 또미 노래를 부르며
교실로 돌아오는 길
빨간 벽돌벽 앞에 쪼로로 서서 사진도 찍어요.
단체사진이 잘 나올리는 없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는 거죠!
시원한 바람맞으며 한바탕 놀이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은
참 싱그럽고 밝아 사랑스럽답니다.
이런 아이들이 줄줄이 앞다투어 하원할 즈음
또다시 나의 목소리는 전에 없던
간지러움을 안고 찾아오죠.
그런 나의 목소리가 재미있기도 하고
막히는 코 때문에 갑갑하기도 하고
주책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 때문에
눈치도 보인답니다.
그래도 퇴근
신나는 퇴근시간..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향하는 길
콧물을 훌쩍이며 집에 가면 뭘 먹을까? 하고 걸어봅니다.
그러다 생각나면 전화통화도해요.
사실 출퇴근시간이 아니면
마음껏 통화하기도 어렵잖아요.
짧은 퇴근시간이지만 찐하게 한 통화하면
피로가 싹 가셔요.
그러나 여전히 코는 막히고 잠시 콧물이 흐르면
좀 뚫리는듯해요.
저녁 먹고 서둘러 핑크색 알약을 찾아봅니다.
가을 가을한 가을!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높고 높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콧물을 흘리거나 훌쩍거리는 나는
슬퍼서 훌쩍이는 게 아니라
코가 막혀서, 콧물이 자꾸 흘러서
재채기가 주책없이 터져 나와서
훌쩍이는 거라고 알아주면 좋겠어요.
이 작은 핑크색 알약하나 먹고 침대에 눕습니다.
잠잘 때 코 막히면 숨 못 쉬고,
콧물 흐르면 내편님이 깜짝 놀랄 것이니
귀찮아도 알약하나 먹고 잠을 청합니다.
비염 덕분에
전에 없던 간지러운 목소리가 좋아지기도 했네요.
애교는 없지만 목소리덕을 보기도 하는 때가
딱 요때랍니다.
가을 가을한 가을!